지문1달팽이 등에 붙은 둥글고 단단한 껍데기는 달팽이가 늘 지고 다니는 집이자 방패이다. 새나 딱정벌레 같은 천적이 다가오면 달팽이는 재빨리 온몸을 껍데기 속으로 말아 넣는다. 뜨겁고 메마른 날에는 껍데기 입구를 끈끈한 막으로 닫아 몸속의 물기가 마르지 않게 지킨다. 게다가 껍데기는 달팽이가 자라는 만큼 함께 자라서 평생 몸에 꼭 맞는 집이 되어 준다.
2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반짝이며 남는 끈적한 점액은 달팽이의 몸을 지키는 놀라운 액체이다. 미끄러운 점액이 바닥과 배 사이에 이불처럼 깔리기 때문에 달팽이는 까끌까끌한 돌담이나 깨진 병 조각 위를 기어가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점액은 끈끈해서 달팽이가 유리창이나 나뭇잎 뒤에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게 붙들어 준다. 그뿐 아니라 몸이 마르려 할 때면 점액이 얇은 막을 만들어 소중한 물기를 감싸 준다.
3달팽이 머리에 달린 두 쌍의 더듬이는 눈과 코의 일을 대신하는 안테나이다. 긴 더듬이 끝에는 작은 눈이 있어 밝고 어두움을 알아차리고, 짧은 더듬이는 냄새와 맛을 느껴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더듬이가 무언가에 닿으면 달팽이는 얼른 더듬이를 움츠렸다가 위험이 없다 싶으면 다시 천천히 펴서 길을 살핀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달팽이에게 더듬이는 세상을 읽는 창인 셈이다.
4이처럼 달팽이는 걸음이 느리지만, 제 몸에 지닌 도구들 덕분에 어디서든 꿋꿋이 살아간다. 단단한 껍데기가 집과 방패가 되어 주고, 끈적한 점액이 안전한 길을 열어 주며 두 쌍의 더듬이가 세상 소식을 알려 준다. 느린 것이 곧 약한 것은 아니어서 달팽이는 저만의 도구와 저만의 속도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강한 생물이다.